티스토리 뷰
임신 중 음주가 태아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익히 알려져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임신 전에 한 음주는 태아에게 영향이 있을까요? 임신을 준비하는 분들 중 과연 언제까지 술을 마셔도 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임신 전 음주가 태아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과 관련한 연구 결과들을 요약해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아이의 얼굴이 변할 수 있다
최근 임신 전 음주의 영향을 분석한 연구 중 임신 전 음주가 아이의 얼굴 모양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국제 학술지 'Human Reproduction'에 게재,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의 게나디 로슈프킨 연구팀)
1) 연구방법
연구팀은 산모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아래의 3개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 아예 술을 마시지 않은 산모
✅ 임신 3개월 전 술을 마셨다가 임신 후 끊은 산모
✅ 임신기간 동안 술을 마신 산모
그리고 인공지능과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9세 아이 3,149명과 13세 아이 2,477명의 얼굴 모양의 특징을 포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서 산모의 아이들의 얼굴 모양을 분석했습니다.
2) 연구결과
연구결과, 산모가 음주를 한 경우 아이들의 얼굴 모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임신 중뿐만 아니라, 임신 3개월 전에 소량의 알코올(일주일에 12g 미만, 맥주 한잔 또는 와인 한잔) 섭취를 한 경우에도 영향이 있었습니다.
아이의 코가 짧아지거나 코끝이 비뚤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턱이 돌출되거나 움푹 파인 눈의 특징을 보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특징이 사라지고 13세 경이되면 거의 이러한 특징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임신 3개월 전에 마신 술도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거대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
임신 전에 한 음주가 거대아 출산 위험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거대아는 출생 시 아기 체중이 4kg 이상인 경우입니다. 거대아 출산을 할 경우 출산 시 산모의 과다 출혈 위험, 아기의 유아기 비만, 향후 성인기에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김원호 박사 연구팀)
1) 연구방법
김원호 박사 연구팀은 앞서 동물 실험을 통해 임신 전 2주간 알코올을 섭취한 암컷 쥐에서 임신 능력 감소, 태아발달 이상, 거대아 출산율 증가 등의 결과를 도출한 적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실제 산모를 대상으로 한국인 임신 코호트 중 3,886명을 분석했습니다.
✅ 음주를 전혀 하지 않은 비음주군(561명, 19.4%)
✅ 일반 음주군(2,099명, 72.7%)
✅ 고위험 음주군(226명, 7.8%)
2) 연구결과
연구 결과 임신 전 음주를 한 경우 거대아 출산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신 전 고위험 음주를 한 경우 거대아 발생률이 7.5%로, 비음주군 2.9%와 일반 음주군 3.2%에 비해 2.5배 이상 높았습니다. 특히, 월 알코올 섭취량이 20잔 이상인 경우부터 거대아 출산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임신 전 음주가 태아 발달 이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의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산모의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
거대아 출산 위험을 밝힌 위의 김원호 박사 연구팀 연구에서, 임신 전 음주를 한 경우 산모의 우울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위의 연구와 동일한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 임신 전 고위험 음주군에서 임신 중(임신 초기 1기와 후반 3기), 출산 후에 우울증 위험이 비음주군 또는 일반 음주군에 비해 1.7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고위험음주를 한경우에 아기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더 높아졌습니다.
임신 중 음주는 대부분 산모가 조심하지만,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는 여성들은 임신 전에 한 음주가 태아에게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위 연구결과는 임신 전에 한 음주도 아이에게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임신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미리 음주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